ㆍ유럽 경제 위기·미 가구당 보급률은 1.7대로 포화…가격도 하락세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액정화면(LCD)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주된 수요처인 TV 시장의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하락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LCD는 수출만 약 300억달러(32조7000억원)에 이르는 한국의 IT 간판이다. 

문제는 언제쯤 시장수요가 살아날지조차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조단위의 이익을 냈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올 한해 적자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LCD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일 “시장의 호·불황을 가늠하는 TV용 LCD패널 가격은 2010년 고점(340달러)에 비해 30%가량 떨어진 상태”라며 “시장이 언제쯤 살아날지 알 수 없다는 게 더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당초 중국 노동절(5월1일)을 계기로 LCD 패널 가격이 오름세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선진국 시장이 쪼그라들면서다. 

서유럽은 그리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의 경제 위기 탓에 올 1·4분기 중 LCD TV 판매량은 870만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5%가량 감소했다. 북미시장도 732만대에서 730만대로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LCD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LCD 산업은 침체기와 호황기를 오가는 ‘롤러코스터 업종’이긴 하지만 지금은 시장이 성숙한 상황이라는 게 더 큰 고민이다. 지난해 나온 전체 TV에서 LCD를 포함한 평판 TV 비중은 84%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가구당 LCD TV 보급률은 올해 말 기준 171%로 가구당 1.7대 수준”이라며 “이미 교체수요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LCD TV를 새로 살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TV 제조업체들은 재고를 줄이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TV 업체의 LCD 패널 재고량은 4.4주 수준으로 호황이었던 지난해 상반기의 두 배가 넘는다. 

NH증권 조사결과 LCD 공급과잉 비율은 올해 15.9%에 이어 내년엔 17.5%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3개년 평균인 10.9%를 크게 웃돈다.

장원기 삼성전자 LCD사업부 사장은 “패널 업체의 투자계획을 산술적으로 고려할 때 2013년까지 공급과잉이 해소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재고조정으로 LCD 가격은 직격탄을 맞았다. 1·4분기 세계 LCD 패널시장 규모(금액기준)는 216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9% 줄었다. LCD 패널의 가장 큰 수요처인 TV용 LCD 패널시장은 22%나 감소했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증권은 TV와 LCD 사업부문의 실적악화를 이유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3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패널(DP)사업부는 1·4분기 2300억원의 적자를 내며 8분기 만에 적자 전환한데 이어 2·4분기에도 적자 탈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 주가도 1년7개월 만에 3만원 선이 붕괴됐다. 지난해 말부터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4분기에도 흑자전환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조5500억원의 이익을 낸 삼성전자도 LCD 사업부문에서 올해 3000억~5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성인 키움증권 IT총괄연구원은 “20년간 활황을 누렸던 LCD 산업 시장이 역성장·저수익 구조로 전락했다”며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신기술 표준이 자리잡기까지 버티는 쪽이 시장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